Search

모서리의 쓸모

시놉시스
30년간 보험회사에서 부장으로 일한 경희(55세, 여)는 명예퇴직을 앞두고 권고사직을 당해 1평 남짓한 사무실로 밀려난다. 퇴직을 받아들이고 30년간 일한 회사를 그만두는 날, 경희는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던 미정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미정을 만나고 돌아온 경희는 비로소 자신의 퇴직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인생 제3막을 맞이한다.
연출의도
인간의 삶에서 노동은 중요하다. 노동은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일부이며 삶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도구이다. 부모님의 세대는 원하지 않아도 당연히 하루의 대부분을 노동해야 했고 그런데도 노동하는 것은 당연하며, 노동으로 고통 받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았다. 재화의 수치는 사람의 가치와 직결되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더욱 노동에 목숨을 걸었다. 그런데 한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노동의 중단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우리나라 정년퇴직의 나이는 60세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기업들의 희망퇴직이 늘고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밀려나는 조기 은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나는 문득 회사에서는 은퇴를 했지만, 노동에서만큼은 은퇴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인간의 삶에서 노동은 어떤 존재인가? 퇴직 이후의 삶을 잘 알지 못하던 나는 퇴직을 하면 여유로운 노년을 맞이할 줄만 알았는데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자신의 효용과 자아실현을 위해,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퇴직 후에도 노동을 지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중심에서 자꾸 멀어지고 모서리로 밀려나는 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동하는 관성에서 벗어난다고 쓸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신의 쓸모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상실 속에서도 새로운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주고 싶다. 우리는 때로는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끝이 있어도 새로운 시작이 존재한다는 걸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들의 끝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시작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응원하고 싶다.